정갈한 감정.

  풀리지 않는 응어리 같다. 어떤 불만이 머리카락 세 가닥 만큼이나 큰 의미 없이 얽혔는데(탈모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에게는 소중하겠지만), 이미 한번 빗질 한 것이 다시 얽힌 것이라 지루한 기분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는데, 그대로 두자니 아는 것을 모르는 척 뒤로 빼돌려서 스스로를 속이고 납득되지 않는 것을 납득하려는 어설픈 노력과 욕구가, 그야말로 '짜증'이다. 기꺼이 해결될만한 문제는 아닌 듯하다. 선택권을 가지고 싶지 않다. 가지게 되어도 어떻게 할 바를 모르겠다.

  요즈음은 계속 심박이 느껴진다. 심장 뛰는 것이 가슴으로 간절하게 느껴져서 나는 스트레스 상황에 있는 건가 어설프게 추측해보지만 그것보다는 내적으로 가라앉고 있는 것을 막아주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뛰다간 내 심장 박동 진동 때문에 신경 쇠약이라도 발생하지 않으려나? 차라리 정말 아프면 좋으련만 이 몸뚱아리는 지나치게 건강해서, 다른 일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가득이다.

  가급적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불만은 한겹 두겹, 퇴적된다. 하지만 난 도무지 왜 그런지 모르겠다. 그렇게 해서 우위를 점하려는 것인가? 소심도, 무심도 아니지만 이 미묘한 신경 거슬림은 내가 지나치게 반응하는 건가 싶은 스스로에 대한 의문만 생길 뿐이다. 거슬림. 그런 단어이다. 딱히 그럴만한 것이 아닌데, 라고 생각하면서도. 원하는 상에 서로 맞추길 원하는 것일까?

  - 지금 숙제 빨리 해야겠네?
  - 뭐, 월요일 제출이니까 주말 동안 천천히 하면 되겠죠.
  - 어? 그럼 나랑 놀 시간 없는 거야?
  - 음, 약속 안했으니까 일단은 과제할 시간으로 생각해두었는데요.
  - 아? 그래. 그럼 주말에 과제 열심히 해.

  이때, 나는 그의 반응이 거슬렸다. 말 자체의 의미 보다는 어조 억양 등등. 내가 원한 반응은 아마도 '그럼 주말에도 만나야지!' 라거나 '나랑 약속 잡으면 되겠네' 등의 말을 원했던 것 같다. 때문에 순간 답답해져서 그렇게 말하면 기분이 별로라는 식으로 말했다. 그랬더니 알고 하는 말이랜다. 그럼 더 화가 나는 것은 알면서 왜 아닌 척 하냐는 것이다.

  몇 가지 생각해보면, 나는 이 사람이 아픈 것이 비리비리 허약한 느낌이라서 싫다. 어머니가 좋게 평가하지 않는 점이 새겨진 듯하다. 신체적으로 건강해도 정신적으로는 약하디 약하다는 느낌을 받아서 싫다. 신경증적인 증세일까, 아니면 정로 신체적인 취약성일까? 방금은 아픈 사람 붙잡고 한 얘기라 미안한 마음이 조금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까지 반응한 것에는 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나에 대한 서운함에 대한 반응이 아닌가 싶다. 오늘 약속은 술을 마시는 약속이라고 한 것이 서운하고 아픈 자신과 더 있어줬으면 좋겠다는 데 거기에 대고 주말엔 과제를 해야한다고 해서 그럼 잘 하라고 했는데 갑자기 기분 나쁜 듯한 반응을 보이면 이 사람도 참 피곤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알면서 모르는 척 의뭉 떠는 것, 되게 재수없다. 흥. 내가 매달리기라도 바라는 건가? 그런 입장과 위치는 아닌 것 같은데.


  변화가 가득가득가득 많이 필요하다. 지루하고 무료하다. 하지만 이제 술로 자극을 추구하고 싶지 않다. 술은 즐겨야 하는 것이다. 술을 도구로 삼아서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는 일단 어떤 자극을 찾아내서 해야할지 생각해야 할 것 같다. 한참 공부해야할 시기에 변화와 자극을 추구하는 것이 스스로 가진 강박적인 책임감 때문에 미안해할지라도 변해야만 바뀔 수 있을 것 같다. 이 이상 정체되어 있고 싶지 않다.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급진적인 것은 원하지 않지만, 필요하다면 바뀌어야 할 것 같다. 맡겨둔 외로움을 다시 이자가 붙은 채로 찾아오게 될지라도.

by 玄月 | 2008/06/26 16:47 | 삶의 창 | 트랙백 | 덧글(0)

상담심리학 R4

※ 정신 분석적 치료의 원리와 치료 기제

  바로 감이 오지 않았다. 치료 원리와 치료 기제라면 정확히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국어사전을 살펴보았다.

  * 원리 [原理]
1. 사물의 근본이 되는 이치.
2. 기초가 되는 근거 또는 보편적 진리.

  * 기제 [機制]
1.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의 작용이나 원리.

  정신분석적 치료에 있어서 여러 개념들을 이해하여 그 원리와 기제를 찾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그것을 알게 된다고 해서 실제 치료에 적용하기는 숙달의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정신분석 치료 기법 중 하나인 자유연상을 수업 중에 약식으로 조금이나마 시도해봤는데, 원리와 기제를 알고 해본 것이라기보다는 단지 그게 어떤 느낌인지만이라도 느껴보려 시도한 것이라 생각한다.

  기분이 굉장히 나쁜 상태였다. 말할 자세도, 들을 자세도 갖춰지지 않은 사람들과 무언가를 나누려고 말을 한다는 것이 한심하게 느껴지고 서로를 알지 못하면서 느낌만으로 싫어하는 듯 하는 사람을 대하면 불쾌해지고 신경이 쓰인다. 더 많은 것을 나누고 싶고 대화를 통해서 소통을 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싶은 토론의 기본 정신이 어긋나는 기분이었다. 신경을 쓰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 해보려 했지만 아무래도 내 속만 다 드러내는 꼴이라, 한 손으로 손뼉을 치기엔 손목이 아프다.

  그런 중에 자유연상을 조금 시도해보라는데, 그 그룹 내에서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은 기분까지 들어서 옆 사람과도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조금 눈물이 나려는 것을 참으며 서로 인사를 하고 각자 자신에 대한 짧은 소개를 하고 상대방부터 시작하였다. 묘한 것이 있다면, 그렇게 서로를 조금 개방하고 시작한 대화는 방금 전까지 몹시 불쾌하고 힘들었던 기분이 풀렸다는 것이다. 대화 중 상대방이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며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스스로 무언가를 생각하고 이런 일이, 저런 일이 있었다는 개인적인 이야기에 덧붙여 혹시 자신에 대하여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사고과정을 보게 되니, 소통의 부재를 느껴서 불편했던 마음이 일차적으로 사라지고, 어떤 면을 ‘알게 되었다’라는 점에서 불안이 사라진다.

  내가 말을 하는 단계에서는 왜 기분이 좋지 않았는지, 무엇과 무엇이 관련이 된 건지, 신경 쓸 만한 일이 아닌데 괜히 민감한 건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건지, 알면서도 답답한 마음이 힘들다는 ‘말’ 자체를 꺼내니, 불편하고 서운하고 짜증나던 감정이 녹고 있었다. 조금씩 마음이 가라앉으며 진정이 되었을 때는, 수업이 끝나고 동아리의 모임에 가서 좋아하는 사람들을 봤을 때 평온한 상태에 이르렀다.

  추측컨대, 서로 이야기 하는 시간 없이 그대로 수업이 진행되었더라면 감정이 풀어지지 않은 채 동아리의 좋아하는 사람들 앞에서 수업 구성원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을 것이다. 동아리 내의 사람들에게 좋은 이야기가 아닌 것을 들려주게 되어 서로가 약간의 불편함을 안게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묘하다.

  그룹 내 토의 중 어떤 사람이 ‘정상’을 지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어떻게 원초아, 자아, 초자아가 균형을 잡는 것이 보다 정상이냐는 주제를 던졌다. 하지만 나는 애초에 정상을 지향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과, 누구도 정상인 사람은 없다는 생각, 즉 정상은 어떤 이상(理想)적인 상태라고 여긴다. 내가 꺼낸 말이 어떤 식으로 들렸을지는 모르겠다. 하긴, 어떻게 작용해야 할까라고 물어보는 말에 대해서 굳이 정상은 없지 않냐, 지향하는 정상은 어떤 것이냐? 고 반문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조금 후에 깨달았지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향하여 설득하듯이, 또는 내가 잘못된 것처럼 느끼도록 하는 비난의 기색이 보여서 그것과 관련해서도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각자 생각을 나눌 때, 다른 생각을 나누고 포용하기가 일어나는 과정에서 비난이라는 느낌을 감지한 것은 당황스러운 일이다. 그 환경 자체가 받아들여지기 어려웠기 때문인지, 그 사람이 정말로 내 생각을 바꿔보려고, 설득하려고 그런 것인지, 아니면 내가 지나치게 민감했던 것인지, 변수는 다양하다. 하지만 나는 나의 생각을 공격받는 느낌이 들었기에 불쾌하다고 여겼다. 다양하게 변수가 있다는 것을 알려고 생각하면서도 아는 것은 아는 것이고 내 마음은 내 마음대로 따로 노는 것이 조금 웃기기도 하다.
치료 원리나 기제를 이성적으로 안다고 해서, 저 위의 단어의 뜻 자체를 알면서 지식을 축적한다고 해서 마음으로 다가오지는 않을 것이다. 감정의 변화가 직접 일어난 느낌이 드는 경험을 통해 왜 그랬는지, 어떤 점이 나를 묶고 있던 것을 풀어줬는지 생각해 볼만 하다.

  사실, 똑같다. 그룹 내에서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던 마음은 어떻게 보면 부적응의 상태이다. 상대방이 정해졌을 때 이야기 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여전히 부적응의 상태일 것이다. 하지만 달랐던 점은 상대방이 내 말을 듣고 있어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상대가 먼저 편하게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런 것이 느껴지게 되어 나도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안고 있던 좋지 않은 감정을 잠시 잊고 말에 집중했었다. 그리고 내 차례에는 한번 잊었던 감정을 다시 불러내어 말을 해보니 훨씬 내 감정을 잘 살필 수 있었던 것 같다.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믿음이 편안하여 감정적으로 고조된 마음을 진정시켜준 것이다.

  그래서 생각한다. 상대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원리나 기제의 바탕은 그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 짧디 짧은 경험으로 용서도, 이해도, 관용도 필요없지만, 그저 말을 들어주는 상대라는 존재가 중요함을 약간이나마 알게 된 듯한 느낌이 든다.

이글루스 가든 - 심리학에 대해 알아보아요!

by 玄月 | 2008/06/25 10:17 | 삶의 창 | 트랙백 | 덧글(2)

빈칸 문답.

졸리고 피곤해도 하는 문답질입니다.
발견한 곳은 아이리스님의 얼음집이 되겠습니다.

열기/닫기

1. 애인이 며칠 동안 전화 한번 안 한다면 난 「냅둔」다.

2. 어떤 미친놈이 내게 와서 이상한 짓을 한다면 난 「치과로 보내버린」다.

3. 찜질방에서 담임을 만났다면 난 「무시한」다. - 랄까, 지도 교수를 보게 되면 도망친다.

4. 핸드폰이 물에 빠졌다면 난 「꺼내서 말린」다.

5. 모르는 전화번호가 계속 전화해서 이상한 신음소리를 낸다면 나는 「야동을 틀어서 더 하악한 소리를 들려준」다.

6. 매우 못 맞은 점수의 성적표가 어머니 손에 들어갔다면 난 「죽은 척 한」다.

7. 내 눈에만 귀신이 보인다면 난 「퇴마사를 부업으로 삼는」다.

8. 날 정신병자 취급한다면 난 「일단 상담은 받아본」다.

9. 연예인이 사귀자고 하면 난 「거절한」다.

10. 전교 1등 하던 내가 전교 꼴찌를 한다면 난 「천재」다.

11. 타임머신이 있다면 난 「특허를 딴」다.

12. 내일 꼭 입고 가야 할 옷에 아주 큰 구멍이 났다면 난 「다른 옷을 입는」다.

13. 바퀴벌레가 내 몸을 기어올라간다면 난 「꿈이라고 생각한」다.

14. 수업 도중에 교실에 들어갔는데 선생이 뭐라고 한다면 나는 「냅둔」다.

15. 어머니한테 19세 비디오를 보다 걸렸다면 난 「성 욕구란 인간 본연의 추동이라고 항변하다가 맞는」다.

16. 길을 가다 대변을 밟았다면 난 「물을 찾아서 신발을 닦는」다.

17. 아주 좋아하는 애가 다른 이성과 같이 가고 있다면 난 「냅둔」다.

18. 아주 못생긴 애가 나한테 사귀자고 한다면 난 「생각해 본」다.

19. 어느 날 아버지가 내 머리를 삭발했다면 난 「당황한」다.

20. 고래에게 잡아먹혔다면 난「죽었」다.

21. 길 가던 중 바지가 찢어졌다면 난 「곤란하」다.

22. 아주 추운 날 내복바람으로 쫓겨났다면 난 「복수한」다.

23. 핸드폰이 없어졌다면 난 「찾는」다.

24. 시간이 4시 44분에서 멈췄다면 난 「신경 안 쓴」다.

25. 사람들 많은 곳에서 엎어졌다면 난 「일어난」다.

26. 애인이 아주 소심한 사람이라면 난 「냅둔」다.

27. 애인이 너무 잘난 척 한다면 난 「갈군」다.

28. 내가 글을 못 읽는다면 난 「공부한」다.

29. 아주 행복한 일이 꿈이라면 난 「그런가보다 한」다.

30. 내 생일을 그냥 지나쳤다면 난 「짜게 식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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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럭저럭 할만 하네요. 더 욕망에 치우쳐서 할까, 하다가 요즘은 자율규제 기간이라 말았습니다.

by 玄月 | 2008/06/23 23:34 | 일상 속의 비일상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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